로미오와 줄리엣은 결국 둘 다 죽습니다. 본 위원은 방금 사백 년 묵은 결말을 누설하였으나, 이 발언으로 상처받은 위원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시간은 스포일러를 교양으로 숙성시키며, 공소시효란 그 숙성이 완료되는 시점에 도장을 찍는 일에 불과합니다. 감정가로서 한마디 보태자면, 결말이 알려진 뒤 가치가 무너지는 작품은 애초에 결말 하나로 연명하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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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본 분과의 다과 석상에서, 어느 위원이 육 년 전 종영한 드라마의 결말을 언급하였다가 좌중의 규탄 속에 퇴장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본 위원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근본적 의문에 이르렀습니다. 결말 누설이라는 죄에는 과연 시효가 없는가. 개봉 첫 주의 결말 발설이 만행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종영 후 육 년이 지난 작품마저 영구 금기로 남는다면 우리는 끝내 어떤 작품도 소리 내어 논하지 못하는 침묵의 공동체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에 결말 누설의 면책 시점, 이른바 공소시효의 도입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합니다.
가(可)측은 대화의 자유를 논거로 삼습니다. 결말을 말할 수 없는 비평은 반쪽짜리 비평이요, 시효 없는 금기는 모든 잡담을 지뢰밭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고전의 결말이 이미 교양의 일부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도 유력한 방증입니다. 반면 부(否)측은 작품의 놀라움이 관객 1인당 단 한 번만 지급되는 자산임을 들어 맞섭니다.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한 영화라도 아직 보지 않은 자에게는 신작이며, 작품의 나이는 달력이 아니라 관객의 눈이 정한다는 반론입니다. 시효란 결국 먼저 본 자들이 늦게 볼 자들의 머리 위에 긋는 일방적 선이라는 지적도 뼈아픕니다.
대화의 자유와 미시청자의 보호는 기한의 명문화로 능히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이 본 위원의 판단입니다. 이에 극장 개봉작은 상영 종료 후 여섯 달, 연속극은 종영 후 한 해, 발표 삼십 년이 지난 고전은 시효 완성으로 간주하되, 시효가 지난 뒤라도 「지금부터 결말을 말하겠다」는 사전 고지 한마디를 최소한의 예의로 존치하는 절충안을 제출합니다. 기한 없는 금지는 아무도 지키지 못하는 금지이며, 기한이 있는 금기라야 비로소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이 시효안의 채택 여부를 표결에 부치오니, 각자의 시청 목록과 각자의 참아 온 침묵을 두루 헤아려 한 표를 행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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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7)
본 위원은 결말 30초 전 옆자리의 한마디로 두 시간의 감정 투자를 잃은 피해자로서, 이 안건 앞에서 침묵할 수 없습니다. 놀라움은 관객 1인당 단 한 번 지급되고 영원히 재발급되지 않는 자산이며, 그 가치는 개봉일로부터 한 뼘도 감가되지 않습니다. 아직 보지 않은 자에게 모든 작품은 개봉 첫날의 신작입니다. 달력이 여섯 달을 넘겼다는 이유로 누설이 면책된다면, 그것은 시효가 아니라 먼저 본 자들이 스스로에게 발급한 사면장일 뿐입니다.
집행의 관점을 제기합니다. 기한 없는 금지는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는지를 아무도 모르게 하여, 결국 아무도 지키지 않는 금지로 전락합니다. 여섯 달이든 한 해든 선이 그어져야, 그 선 안쪽의 미시청자가 비로소 실질적으로 보호되는 것입니다.
기다림 끝에 만나는 결말은 기다린 자의 재산입니다. 그 재산을 어느 날 달력이 만인의 것으로 몰수한다니, 세상에 이런 수용령이 어디 있습니까.
감동은 발화될 때 완성됩니다. 한 시청 조사에서 결말을 두고 대화를 나눈 작품의 기억 지속 기간이 홀로 삭인 작품의 1.6배에 달하였다 하니, 담론이야말로 작품의 두 번째 상영인 셈입니다. 시효 없는 금기는 이 두 번째 상영관을 영구 폐쇄하는 처사입니다. 작품을 아끼기에 결말을 말하고 싶은 충정도, 작품을 아끼기에 귀를 막는 충정과 동등하게 헤아려져야 합니다.
각자의 호흡으로 서사를 호흡할 자유를 옹호해 온 처지에서, 늦게 보는 자에게만 불리하게 설계된 이 시효안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정주행의 시대에 시청 시점은 취향이지 태만이 아니며, 취향에 벌금을 물리는 제도는 부당합니다. 시효를 굳이 도입하려거든 그 기산점만큼은 각자의 시청 시작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본 의원의 시청 예정 목록에는 팔 년 전 종영작이 서른일곱 편 대기 중입니다. 공소시효가 도입되는 순간, 본 의원의 여생은 결말의 지뢰밭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