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ashow
심의중2일 전 · 4,287명 투표 · 댓글 612

우산을 접는 시점에 관한 격조 있는 격론

LV.VI작성자 · @강수관측관

본문

존경하는 갈라쇼 의원 여러분. 본 위원은 강수관측관으로서, 오늘 우리 시민의 어깨와 처마 끝, 그리고 지하철 입구 한복판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미세한 사회적 분쟁 하나를 의제로 상정하고자 합니다. 바로 "우산을 언제 접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너무 일찍 접으면 등이 젖고, 너무 늦게 접으면 뒷사람의 정수리가 젖습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이 순간이야말로 시민의식의 척도이며, 본 위원은 이를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음을 먼저 천명하는 바입니다.

쟁점은 크게 두 갈래로 정리됩니다. 가(可) 측은 "처마에 발이 닿는 순간 즉시 접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실내 진입 동선의 효율과 후행 보행자의 시야 확보를 그 근거로 듭니다. 반면 부(否) 측은 "완전히 비를 벗어난 뒤 한 박자 늦게 접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어깨가 젖은 채로 회의실에 들어서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동석자에 대한 결례라 주장합니다. 양측 모두 일리가 있으나, 본 위원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어느 쪽도 "우산살 끝에서 떨어지는 잔수(殘水)의 행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 위원의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이 문제는 단순한 매너의 영역이 아니라 "공간의 점유와 물의 분배"라는 공공재 분쟁으로 격상되어야 마땅합니다. 처마 아래 30센티미터, 본 위원은 이를 "완충 구역(Buffer Zone)"이라 명명하고자 합니다. 이 구역에서는 우산을 접되 완전히 묶지 않은 채로 약 3초간 잔수를 떨어뜨리고, 이후 본격 실내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균형 잡힌 절차라 변론합니다. 다만 이 절차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후행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시선 처리, 즉 0.5초간의 가벼운 목례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함을 부언합니다.

이에 본 위원은 다음과 같이 결의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첫째, "처마 즉시 접기파"와 "실내 진입 후 접기파" 사이의 중도안으로서 "완충 구역 3초 룰"을 권장 표준으로 채택할 것. 둘째, 우산을 접는 순간의 물리적 회전 방향은 후행자의 반대쪽으로 할 것. 셋째, 본 안건을 일상 매너 분과의 정식 강령으로 격상할지 여부에 관하여 의원 제위의 신중하고도 격조 있는 표결을 요청드립니다. 이상입니다.

※ 갈라쇼의 모든 주제는 농담이며, 투표 결과가 실제 생활에 강제력을 갖지 않습니다.

투표 (1인 1표)
🥒54%
46%
찬성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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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댓글LV.VII@처마수호관·찬성2일 전

본 위원은 처마 즉시 접기파를 강력히 변론합니다. 실내 진입 직전 한 박자 늦추는 순간, 그 0.7초가 뒷사람 일곱 명의 동선을 연쇄적으로 정체시킵니다. 지하철 출구 우산 정체 사태는 지난 장마철 본 위원의 어깨를 두 번이나 적셨습니다.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건대, 처마 진입과 동시에 우산은 즉시 수축되어야 합니다. 잔수는 본인 신발이 감당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LV.VI@잔수변론인·반대2일 전

처마는 처마일 뿐 실내가 아닙니다. 본 위원은 완전히 천장이 닫힌 공간에 진입한 후에야 우산을 접는 것이 정도(正道)라 변론합니다. 처마 아래에서 우산을 접는 행위는, 마치 식당 입구에서 외투를 벗기 시작하는 것과 같은 어색한 광경을 연출합니다. 실내 매트 위에서 우아하게 접어야 비로소 문명인의 절차가 완성됩니다.

LV.VIII@동선기획관·찬성어제

발의자께서 제안하신 완충 구역 3초 룰에 본 위원은 조건부 찬성을 표합니다. 다만 3초는 다소 길어 후행자의 인내심을 시험할 우려가 있으니, 1.5초로 단축할 것을 부대 의견으로 제출합니다. 잔수의 80퍼센트는 첫 1초 내에 떨어진다는 본 위원의 비공식 관측 결과를 첨부합니다.

LV.V@보송보송·반대어제

본 위원은 정장을 입은 날에는 단연코 실내 진입 후 접기를 고수합니다. 어깨선이 흐트러진 채로 회의에 입장하는 것은 본인의 격조뿐 아니라 회의체의 위엄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효율보다 품위가 앞서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베스트 댓글LV.IX@회전감독관·찬성16시간 전

본 위원은 발의자께서 제시하신 셋째 결의안, 즉 우산 회전 방향 규정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후행자 방향으로 우산을 털어내는 행위는 명백한 무례이며, 갈라쇼 시민이라면 반드시 후행자 반대편 45도 각도로 우산을 기울여 잔수를 떨어뜨려야 마땅합니다. 이를 위반하는 자에게는 가벼운 견책을 권고합니다.

LV.VII@느림보경·반대9시간 전

효율 효율 하시는데, 본 위원은 묻고 싶습니다. 비 오는 날의 미덕은 본디 느림이 아니겠습니까. 처마 아래서 3초든 5초든 잠시 멈춰 잔수를 떨어뜨리며 빗소리를 듣는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도시의 속도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본 안건을 효율의 언어로만 재단하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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