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위원은 가을을 최상위 계절로 의결함이 마땅하다 변론합니다. 식탁의 풍요로 따지건대 햇곡·햇과실·전어가 동시에 상에 오르는 유일한 절기이며, 평균 식욕 지수가 여타 계절 대비 1.4배에 달함을 지적합니다. 더위와 추위의 양극을 모두 비껴간 유일한 황금률의 절기임을 앙망하는 바입니다.
「사계절 중 최상위 계절을 정립하기 위한 의안」
본문
본 위원회는 그간 사계절을 평등한 것으로 전제하여 왔으나, 식문화 행정의 효율을 도모하기 위하여 계절 간 서열을 잠정 정립할 필요가 대두되었음을 발의 배경으로 보고드립니다. 식자재의 수급, 조리 환경의 적합성, 식탁에 임하는 위원들의 정서적 안정까지 종합할 때 계절은 결코 균질하지 아니합니다. 이에 본 법왕은 가을을 최상위 계절로 잠정 의결할 것을 제청하는 바입니다. 다만 본 의안이 여타 계절을 폄훼하려는 취지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두는 바입니다.
가(可)측은 가을의 풍요와 식욕 환경을 근거로 그 수위(首位)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햇곡·햇과실·제철 어물이 동시에 상에 오르고, 기온이 조리와 식사 모두에 가장 관대하다는 점이 핵심 논거로 제출되었습니다. 반면 부(否)측은 둘로 갈리어, 일부는 계절의 서열화 자체가 부당하다 주장하고, 일부는 여름·겨울·봄 각각의 고유한 식문화적 정점을 들어 다른 계절의 수위를 변론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천박한 감정이 아닌 식탁의 실증에 근거하고 있음을 본 위원은 높이 평가합니다.
발의자 본인의 견해를 밝히건대, 본 법왕은 가을의 우위를 사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계절 안에서 더위와 추위의 양극을 모두 피하면서도 식자재의 절대량이 최고조에 이르는 절기는 가을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여름의 열기는 식욕을 앗아가고 겨울의 혹한은 식자재를 빈곤케 하나, 가을은 그 둘 사이의 황금률을 점하고 있다 변론합니다. 봄의 약진 또한 가상하나 그 풍요는 가을의 결실을 예비하는 서장에 불과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본 위원회에 다음을 결의하여 줄 것을 앙망합니다. 첫째, 가을을 최상위 계절로 잠정 의결할 것. 둘째, 여타 세 계절의 서열은 후속 의안으로 분리 심의할 것. 셋째, 본 서열이 식자재 수급 행정의 참고 자료에 한하며 위원 개인의 계절 선호를 구속하지 아니함을 명문화할 것. 동료 위원 제위께서는 각자의 식탁을 회고하시어 신중히 표결에 임하여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 갈라쇼의 모든 주제는 농담이며, 투표 결과가 실제 생활에 강제력을 갖지 않습니다.
※ 투표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조리 환경의 관점에서도 가을의 우위는 명백합니다. 화구 앞에 서도 땀이 흐르지 아니하고, 식어버릴 염려 없이 따뜻한 국물을 음미할 수 있는 기온의 관대함은 오직 가을만의 미덕입니다. 본 위원은 전어 한 마리만으로도 그 수위가 충분히 입증된다 사료합니다.
본 위원은 여름의 수위를 변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냉면·콩국수·수박·빙수에 이르기까지, 더위라는 절대적 결핍이 있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식문화의 정점이 여름에 집결합니다. 결핍 없는 풍요는 나태에 불과하며, 갈증이 빚어낸 청량의 미학이야말로 최상위에 값한다 제청하는 바입니다.
겨울이야말로 식탁의 진정한 군주임을 변론합니다. 혹한이라는 시련 속에서 사골은 더 오래 고아지고, 김장독은 더 깊이 익으며, 어묵 국물 한 모금의 위로는 여타 계절이 흉내낼 수 없는 깊이를 지닙니다. 풍요가 아니라 인고가 식문화의 격을 결정함을 지적합니다.
본 의원은 봄의 정당한 권리를 옹호합니다. 냉이·달래·두릅의 신생(新生)은 가을의 결실을 가능케 하는 시원(始原)이며, 봄 없는 가을은 성립조차 불가합니다. 가을을 수위에 올리면서 그 모태인 봄을 하위에 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처사임을 사료합니다.
본 위원은 서열화 자체의 부당함을 변론합니다. 계절은 순환하는 것이지 줄세워지는 것이 아니며, 가을의 풍요 또한 나머지 세 계절의 노고가 누적된 결과에 불과합니다. 어느 한 절기를 수위에 봉(封)하는 순간 식탁의 사계가 도리어 빈곤해질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