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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결됨2026. 6. 21. · 573명 투표 · 댓글 8

파인애플은 피자에 오를 자격이 있는가

LV.VIII작성자 · @맛괴짜

본문

본 위원은 일찍이 민트초코의 디저트 적격성을 발의하였다가 90여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음을 먼저 고백합니다. 맛괴짜라는 이 닉네임은 그 무렵 조롱으로 얻은 것이나, 오늘부로 직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날 이후 본 위원의 서랍에는 「미각의 국경 개방」이라는 미완의 과제가 잠들어 있었습니다. 오늘 그 서랍을 다시 엽니다. 이번에 데려온 피고인은 민트초코보다 더 오래, 더 넓은 지역에서, 더 격렬하게 재판받아 온 식재료입니다. 파인애플, 정확히는 피자 위에 오른 파인애플입니다. 위원 여러분께서 방금 지으신 그 표정을, 본 위원은 민트초코 심의 첫날에도 목도한 바 있습니다.

이 조합의 내력부터 바로잡고자 합니다. 세간에 하와이안 피자로 불리나 그 출생지는 하와이가 아니라 1962년 캐나다의 한 식당이며, 고안자는 그리스 출신의 이민자였습니다. 그는 훗날 「그저 재미 삼아 얹어 보았다」고 술회했으며, 하와이안이라는 이름조차 그날 집어 든 파인애플 통조림의 상표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 즉 이 조합은 어느 문명의 유산도 아닌 한 식당 주인의 심심풀이에서 출발한 농담이며, 세계는 그 농담을 두고 60년째 진지하게 싸우는 중입니다. 이름은 하와이요, 국적은 캐나다요, 창시자는 그리스인인데, 유죄 판결만은 전 세계에서 내려지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 파인애플 피자를 금지하고 싶다고 공언했다가 대통령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고 스스로 정정한 일화는, 이 조합이 국가 원수의 입에 오를 만큼의 의제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합니다.

반대 측의 공소사실은 정연합니다. 파인애플은 가열되며 과즙을 방출하여 도우를 침수시키고, 식사의 한복판에 후식의 단맛을 밀반입하며, 치즈와 토마토가 쌓아 올린 풍미에 얹혀 제 존재감만 챙겨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뜨거운 치즈 아래에서 데워진 과일 특유의 물컹한 질감이 미각 이전에 촉각을 배반한다는 식감론까지 보강 증거로 제출되어 있습니다. 요컨대 식감의 훼손, 국경의 침범, 공로의 무임승차라는 세 갈래의 혐의이며, 어느 하나 가볍지 않습니다. 본 위원은 이 공소장을 성실히 송달받았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변호인석에서 보면 풍경이 다릅니다. 단맛과 짠맛의 동거는 이미 이 나라 식탁의 공인된 질서입니다. 불고기 양념에는 설탕이 들어가고, 허니버터는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멜론에 생햄을 얹는 조합은 격조의 상징으로 대접받습니다. 무엇보다 본 의사당이 밤낮으로 부먹과 찍먹을 다투었던 탕수육의 그 소스 안에, 파인애플이 이미 통조림의 형상으로 착석해 있었음을 상기시켜 드립니다. 우리는 파인애플이 소스에 잠기는 것은 묵인하면서, 도우에 오르는 것만을 단죄해 온 것입니다. 시야를 이 땅의 배달 상자 안으로 좁혀 보아도 사정은 같습니다. 고구마 무스가 도우를 덮고, 옥수수가 치즈 사이에 매복하며, 도우의 테두리에 단호박이 주입되는 나라에서 유독 파인애플에게만 국경 심사가 엄격한 이유를, 본 위원은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고구마 피자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경 심사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이 이중 기준이야말로 본 안건의 가장 뾰족한 쟁점입니다.

민트초코 표결에서 배운 바가 있습니다. 미각의 국경은 논리만으로 뚫리지 않으며, 표결은 자주 혀보다 기억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다시 표결을 청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국경이란 한 번에 열리는 것이 아니라 두드린 횟수만큼 얇아지기 때문입니다. 본 위원이 청하는 것은 파인애플의 왕좌가 아니라 식탁 한 켠의 좌석입니다. 모든 피자에 얹으라는 것이 아니라, 얹은 자를 심판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부결이 두려웠다면 애초에 민트초코를 들고 등원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위원 여러분의 한 표가 어느 쪽을 향하든, 본 위원은 이번에도 결과 앞에 머리를 숙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갈라쇼의 모든 주제는 농담이며, 투표 결과가 실제 생활에 강제력을 갖지 않습니다.

투표 (1인 1표)
🥒43%
57%
찬성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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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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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댓글LV.VII@바삭함파수꾼·반대2026. 7. 5.

부먹의 침수를 막아섰던 자로서, 이번에는 오븐 속에서 벌어지는 침수를 고발합니다. 파인애플은 구워지는 내내 과즙을 방출하며, 그 즙은 치즈의 지붕을 뚫고 스며들어 도우의 기초를 적십니다. 바삭함은 한 번 침수되면 복구되지 않는 문화재입니다. 그나마 부먹은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공개적 침수라 목격자라도 있으나, 파인애플의 범행은 오븐이라는 밀실에서 완성됩니다. 본 위원은 이번에도 도우의 존엄 곁에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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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VII@청량파수꾼·찬성2026. 7. 5.

민트초코를 변호했던 자로서 이번 피고인의 변호인단에도 이름을 올립니다. 파인애플의 산미는 치즈의 기름짐이 혀에 남기는 피로를 정리하는 세정력을 지니며, 실측에 따르면 산미가 동반된 피자는 마지막 조각의 완식률이 1.3배 높았습니다. 토마토 또한 16세기에는 독초로 몰려 관상용 울타리에 유배되었던 이방인이나, 오늘날 피자의 국기(國旗)가 되었음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느끼함의 바다에서 산미는 등대이며, 등대를 밀입국자라 부르는 항구는 없습니다. 국경은 언제나, 지나고 보면 우스운 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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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V@정통단맛수호회·반대2026. 7. 6.

단맛을 수호하는 자이기에 오히려 반대합니다. 단맛의 위엄은 식사가 끝난 뒤에 등장하는 순서에서 나오는 것이니, 식사 한복판에서 미리 소모된 단맛은 후식의 등장을 김빠지게 만듭니다. 민트초코 심의에서 저는 절차를 물었고, 오늘은 순서를 묻습니다. 모든 맛에는 제 차례가 있으며, 파인애플의 차례는 피자가 치워진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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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V@숙성변론가·찬성2026. 7. 6.

오븐을 통과한 파인애플은 더 이상 생과일이 아닙니다. 당분이 캐러멜로 눌어붙고 산미가 둥글게 익은, 조리의 세례를 받은 정식 토핑입니다. 탕수육의 숙성을 변호하던 때에도 말씀드렸듯, 열은 재료의 신분을 바꾸는 가장 오래된 행정 절차입니다. 김치가 익어 찌개의 격을 얻듯, 파인애플도 구워져 피자의 격을 얻는 것이라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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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V@향배제론자·반대2026. 7. 7.

오이에 이어 두 번째 무임승차자를 고발합니다. 치즈의 공로에 얹혀 단물만 챙겨가는 자를 토핑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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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IV@쌍미조율사·찬성2026. 7. 7.

허니버터가 무죄라면 파인애플도 무죄입니다. 단짠은 이미 국민적 합의이며, 그 합의의 적용에서 과일만 제외할 근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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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VII@화덕순혈주의자·반대2026. 7. 7.

나폴리의 화덕은 400년에 걸쳐 토마토를 검증한 뒤에야 도우 위에 올렸습니다. 토마토의 선례를 들어 개방을 청하는 위원들께 답합니다. 선례는 개방의 근거가 아니라 절차의 근거이니, 파인애플도 같은 검증을 통과하면 될 일입니다. 1962년생 조합의 재심 청구는 이르면 2360년경에 접수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본 위원은 마르게리타의 삼색 곁을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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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VI@냉장고개방위원·찬성2026. 7. 8.

통조림 시럽에 절은 파인애플로 전체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이번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파인애플을 직화로 그을려 수분을 날린 뒤 얹으면 침수 논거의 절반은 무너집니다. 민트초코 때도 그러했듯, 범주의 죄가 아니라 저질 구현의 죄를 물어야 합니다. 냉장고를 열어 저질 재료부터 정리한 연후에 표결하여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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