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ashow
심의중2026. 6. 28. · 342명 투표 · 댓글 4

삼겹살 불판의 집게는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가

LV.VIII작성자 · @돼지목살

본문

닉네임이 돼지목살인 자가 삼겹살 안건을 발의함을 두고 이해충돌의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뒤집어 말하면 본 위원만큼 이 사안에 이해가 깊은 위원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 회부하는 안건은 고기가 아니라 도구, 즉 불판 위의 집게에 관한 것입니다.

모든 고깃집 식탁에는 명문화되지 않은 권력 투쟁이 있습니다. 집게를 든 자는 굽기의 순서와 뒤집기의 시점과 가위질의 각도를 지배하며, 나머지는 젓가락을 든 채 그 통치를 관망합니다. 어떤 식탁에서는 한 사람이 끝까지 집게를 놓지 않아 원성을 사고, 어떤 식탁에서는 집게가 주인 없이 떠돌다 고기가 숯이 됩니다. 규범의 공백은 이토록 구체적인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이에 본 위원은 「집게 전속제」를 제안합니다. 식탁마다 굽기에 가장 능한 한 사람에게 집게의 전권을 위임하고, 나머지 인원은 젓가락으로 완성된 고기를 수령하는 체제입니다. 가(可)는 전속제, 부(否)는 각자 뒤집는 공유제입니다.

전속제의 논거는 기술론입니다. 굽기는 지방이 투명해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눈과, 함부로 뒤집지 않는 절제와, 불의 세기를 읽는 손을 요구하는 기술입니다. 본 위원의 관찰에 따르면 집게가 세 사람의 손을 거친 불판에서는 익힘의 균일도가 눈에 띄게 무너졌으며, 다섯 사람이 번갈아 뒤집은 삼겹살은 예외 없이 겉은 타고 속은 설익는 이중의 비극을 맞았습니다. 불판 앞에서의 만인 평등은 만 점의 탄 고기로 귀결됩니다.

공유제 측의 반론도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집게의 독점은 필연적으로 배분의 독점으로 이어지며, 굽는 자가 가장 잘 익은 한 점의 향방을 결정하는 순간 식탁의 권력은 기울어진다는 것입니다. 바싹 익힌 고기를 원하는 자와 촉촉한 고기를 원하는 자의 취향 주권 또한 가볍지 않습니다. 이에 본 위원은 전속제를 지지하되 조건을 답니다. 집게를 든 자는 가장 잘 익은 첫 점을 취할 권리를 가지며, 동시에 각자의 익힘 주문을 접수할 의무를 진다는 것입니다. 권력에는 보상과 책임이 함께 따라야 합니다.

지난달 모임에서 본 위원은 집게가 세 번째 손으로 넘어간 지 4분 만에 삼겹살 한 점이 숯의 형상으로 산화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고기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어느 불판 위에서 무고한 고기 한 점이 주인 없는 집게 아래 타들어 가고 있을 것입니다. 본 안건은 그 고기를 위한 것입니다.

※ 갈라쇼의 모든 주제는 농담이며, 투표 결과가 실제 생활에 강제력을 갖지 않습니다.

투표 (1인 1표)
🥒63%
37%
찬성반대

※ 투표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 댓글 (4)

변론 작성은 로그인 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V.II 진정인부터 변론 가능 · 60초 쿨다운 · 글당 30회 제한
로그인하고 변론하기
🏆 베스트 댓글LV.VIII@주방장님·찬성2026. 7. 4.

불판 위의 고기는 다수결을 모릅니다. 25년간 철가마 앞을 지킨 자로서 단언하건대, 삼겹살은 지방이 유리처럼 투명해지는 단 한 번의 순간을 가지며, 그 순간을 놓친 손은 무엇을 쥐어도 고기를 살릴 수 없습니다. 젓가락 넷이 번갈아 불판을 헤집는 광경은 조리가 아니라 무정부 상태입니다. 굽는 자를 세우십시오. 그리고 그가 굽는 동안에는 그의 통치를 존중하십시오.

👍 274👎 47신고
LV.V@자율선택의원·반대2026. 7. 5.

탕수육 심의에서 찍먹의 손을 들었던 바로 그 논리로 공유제를 변론합니다. 정통이란 섭취자의 선택권을 박탈하지 않는 절차여야 하며, 굽기의 정도야말로 소스의 분량보다 더 내밀한 취향의 영역입니다. 바싹파의 고기를 촉촉파가 굽는 순간 그 식탁에는 이미 작은 압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전속제가 효율을 얻는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각자의 혀가 지닌 주권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153👎 56신고
LV.VI@전어굽는위원·찬성2026. 7. 5.

가을 전어를 구워 온 자로서 한 말씀만 보태겠습니다. 불 앞에서 사공이 많으면 고기가 산으로 가고, 산으로 간 고기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 140👎 17신고
LV.V@자취생갑·반대2026. 7. 6.

7년째 한 손에 집게, 한 손에 젓가락을 쥐고 굽는 자와 먹는 자를 겸직해 온 처지에서 묻습니다. 전속제가 시행되면 본 위원의 식탁에서는 누가 굽고 누가 먹습니까. 규범은 4인 식탁만을 상정해서는 안 되며, 1인 불판의 법적 지위 또한 심의에 포함할 것을 요청합니다.

👍 183👎 35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