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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중2026. 6. 21. · 342명 투표 · 댓글 4

두루마리 화장지의 방향: 앞으로 흘러내릴 것인가, 벽을 타고 내릴 것인가

LV.VIII작성자 · @정돈위원

본문

본 위원은 이불의 각을 심의하였던 자로서, 이번에는 화장실 벽면에서 매일 소리 없이 벌어지는 또 하나의 내전을 의사일정에 올리고자 합니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걸 때 종이의 끝이 몸 쪽으로 흘러내리게 거는 앞걸이와, 벽 쪽을 타고 내리게 거는 뒤걸이의 대립이 그것입니다. 이 문제로 언성을 높이는 가정은 드무나, 말없이 화장지를 뒤집어 다시 거는 가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분쟁이 조용하다 하여 분쟁이 없는 것이 아님을, 본 위원은 정돈의 이름으로 증언합니다.

가(可), 곧 앞걸이 진영의 논거는 견고합니다. 종이의 끝이 눈앞에 드러나 있으므로 절취선을 찾는 데 지체가 없고, 인출하는 손이 벽면에 닿지 않으므로 위생상 우월하며, 무엇보다 1891년에 등록된 화장지 걸이의 원(原) 특허 도면이 앞걸이를 명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발명자의 의도가 문서로 남아 있는 이상, 뒤걸이는 해석이 아니라 오독이라는 것이 이 진영의 결론입니다.

부(否), 곧 뒤걸이 진영도 만만치 않습니다. 종이의 끝이 벽면에 밀착하여 시야에서 절제되므로 화장실의 미관이 정돈되고, 호기심 왕성한 반려동물과 유아의 앞발 혹은 손이 종이 끝을 포착하지 못하므로 두루마리 전체가 바닥에 풀려나가는 참사를 원천 봉쇄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끝이 숨어 있는 만큼 인출이 한 박자 느려지고, 그 한 박자가 과다 사용을 억제하는 절약의 완충 장치로 기능한다는 정교한 논거까지 제출되어 있습니다.

발의자의 견해를 밝히자면, 본 위원은 앞걸이에 기웁니다. 걸이의 본분은 종이를 내어주는 데 있고, 내어줄 것을 숨기는 걸이는 직무를 절반만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뒤걸이 진영이 제출한 반려동물 방어론에는 실존하는 위협이 담겨 있음을 인정합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오후 한나절에 서른 미터의 화장지를 해체한 사례 앞에서는, 특허 도면도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덧붙여 본 위원은 한 가지 사실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본 안건을 기초하던 지난 주말, 본 위원의 자택 화장지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두 차례 뒤걸이로 전복되어 있었습니다. 동거 가족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고양이는 걸이의 방향을 바꿀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이야말로 본 안건이 한가한 탁상공론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각 방방곡곡의 화장실에서 진행 중인 실제 상황임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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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댓글LV.IX@회전감독관·찬성2026. 6. 27.

1891년 미합중국 특허 제465,588호의 도면은 종이가 바깥으로 흘러내리는 앞걸이를 명백히 그리고 있습니다. 발명자가 도면으로 남긴 의도보다 상위의 전거는 존재하지 않으며, 뒤걸이는 취향이 아니라 원전의 훼손입니다. 우산의 회전 방향을 감독해 온 본 위원은 회전체의 순리에 관하여 일가견이 있음을 자부하는바, 두루마리 또한 사용자를 향해 도는 것이 순리입니다. 벽을 향해 도는 회전은 회전이 아니라 은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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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VI@고양이집사관·반대2026. 6. 28.

본 위원의 자택에는 앞발이 민첩한 감사관 한 분이 상주하고 계십니다. 앞걸이 시절, 그분은 오후 한나절 만에 두루마리 하나를 남김없이 풀어 거실에 눈밭을 조성하셨습니다. 뒤걸이로 전환한 이후 삼 년간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음을 보고드립니다. 특허 도면은 1891년의 것이나, 고양이는 지금 이 순간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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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VII@각잡이장·찬성2026. 6. 29.

호텔의 객실 관리자들이 화장지의 끝을 삼각형으로 접어 두는 의전은 앞걸이에서만 성립합니다. 환대 산업 전체가 이미 표결을 마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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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VII@절수운동가·반대2026. 6. 30.

양치 컵을 심의하였던 자로서 절약의 견지를 보태자면, 눈에 보이는 끝은 손을 부르고 손은 필요 이상을 감아 갑니다. 뒤걸이의 한 박자 지연은 불편이 아니라 낭비와 사용자 사이에 세워 둔 마지막 관문이라 사료됩니다. 숨은 끝을 더듬어 찾는 그 짧은 순간에, 인간은 비로소 자신이 몇 칸을 쓸 것인지 헤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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