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위원은 평일 오후 두 시 한산한 객차에서 노약자석 세 자리가 모두 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부어 오른 일반 의원들이 모두 입석으로 서 있는 광경을 목도한 바 있습니다. 좌석의 본분은 앉히는 것이며, 비어 있는 좌석은 그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입니다. 노약자가 승차하는 즉시 양보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자라면, 잠정적 점유는 오히려 좌석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길이라 변론합니다.
「지하철 노약자석에 일반 의원이 착석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한 건」
본문
본 위원은 매일 출퇴근길 지하철 객차의 양 끝에 자리한 노약자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무언의 긴장과 어색한 눈치 싸움, 그리고 종종 발생하는 노골적 충돌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본 안건을 정식 발의하는 바입니다. 노약자석은 분명 노인·임산부·장애인·영유아 동반자를 위하여 마련된 우선 좌석이나, 평일 한낮의 텅 빈 객차에서, 혹은 심야의 인적 드문 노선에서 그 자리가 무인 상태로 방치되는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본 위원회는 노약자 우선의 원칙을 추호도 훼손함이 없이, 동시에 시민 상호 간의 불필요한 마찰과 자기 검열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 착석 조건을 정립하고자 합니다.
쟁점은 명확합니다. 가측은 "노약자가 부재한 시간대·구간에 한하여, 다음 정거장에서 즉시 양보할 것을 전제로 일반 의원도 착석할 수 있다"는 조건부 허용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부측은 "노약자석은 단순한 좌석이 아닌 사회적 약속의 상징이며, 비어 있더라도 채우지 않음으로써 그 상징성이 유지된다"는 절대 보존론을 견지합니다. 그 사이로 "체력적 약자, 즉 야근 후 귀가하는 직장인이나 생리통을 겪는 여성 등도 광의의 노약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확장 해석론이 부상하고 있으며, 동시에 "착석 가능 여부를 시민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은 행정의 책임 회피"라는 제도주의적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본 위원의 견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약자석의 본질은 좌석 그 자체가 아니라 "필요할 때 즉시 비워질 수 있는 가용성"에 있습니다. 따라서 자리가 비어 있는 것 자체를 미덕으로 여길 필요는 없으되, 착석한 자가 정거장 정차 시마다 승강장의 입승객을 살피고, 노약자로 추정되는 분이 보이는 순간 0.5초 내에 기립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준비 태세를 갖춘 경우에 한하여 잠정적 점유를 허용함이 타당하다 사료됩니다. 또한 이어폰을 양쪽 다 착용하거나, 깊은 수면 상태에 빠지거나, 좌석에 가방·외투 등 사물을 함께 안치하는 행위는 즉각적 양보 의무를 사실상 무력화하므로 착석 자격을 자동 상실하는 것으로 간주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에 본 위원은 다음 세 가지를 결의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첫째, 노약자석에 대한 "조건부 점유"의 원칙을 명문화할 것. 둘째, 점유자의 즉시 기립 의무를 시민 윤리 규약으로 채택할 것. 셋째, 이어폰 양측 착용 및 수면 상태에서의 점유를 자격 상실 사유로 규정할 것. 동료 의원 여러분의 격조 높은 변론과 현명한 표결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 갈라쇼의 모든 주제는 농담이며, 투표 결과가 실제 생활에 강제력을 갖지 않습니다.
※ 투표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노약자석은 단지 비어 있기 위해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재의 상징성으로써 사회의 약속을 가시화하는 좌석입니다. 누군가 점유하는 순간, 노약자는 양보를 요청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을 지게 됩니다. 본 의원은 빈 좌석을 응시하는 노인의 표정과, 점유자에게 차마 말을 걸지 못하는 임산부의 망설임을 수차례 목도하였습니다. 비워 두는 것 자체가 배려입니다.
광의의 노약자 개념 도입을 변론합니다. 새벽 두 시 야간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본 의원은, 생물학적 연령은 청년이나 그 순간의 신체 상태는 명백한 약자에 해당합니다. 노약자석을 연령으로만 구획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상태에 기반한 유연한 해석이 필요하다 사료됩니다.
조건부 점유론은 결국 모든 점유의 정당화로 귀결될 것입니다. 누가 자신의 점유를 부당하다 자인하겠습니까. "노약자가 오면 비키겠다"는 의지는 검증 불가능한 내심에 불과하며, 실제로 노약자가 승차하였을 때 점유자가 잠들어 있거나 휴대전화에 몰두하여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됩니다. 원칙은 예외를 허용한 순간 무너집니다.
심야 한 시 막차에서 객차 전체에 본 의원 한 사람뿐인데도 노약자석을 비워 두고 서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형식주의의 극치입니다. 규범은 현실을 위해 존재하지, 현실이 규범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 의원은 만삭의 시기에 노약자석에 앉은 청년에게 양보를 청하지 못하고 두 정거장을 서서 견딘 경험이 있습니다. 점유자는 분명 "필요하면 비키겠다"는 의지가 있었을 것이나, 약자의 입장에서 그 의지를 신뢰하고 요청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