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ashow
심의중3일 전 · 7,842명 투표 · 댓글 643

김치찌개와 김치찜, 그 본질적 경계에 관하여

LV.VIII작성자 · @발효심사관

본문

본 위원은 발효심사관으로서 오랫동안 한반도 식탁 위에서 자행되어 온 중대한 혼동, 즉 "김치찌개"와 "김치찜"이 마치 동의어인 양 혼용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본 안건의 심의를 정중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양자는 분명 같은 어머니, 곧 묵은지를 모태로 하나, 그 조리 철학과 식탁 위 위계는 결코 동일하지 아니합니다. 본 위원은 이 자리를 빌려 양자의 본질적 차이를 명문화하고, 향후 식당 메뉴판 작성에 있어 혼동을 방지할 표준 정의를 마련할 것을 발의하는 바입니다.

쟁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가(可) 측 입장은, 김치찌개는 "국물의 예술"이며 밥을 말아 먹는 즉시성을 전제로 한 반면, 김치찜은 "조직의 보존"을 추구하는 장시간 정좌(靜坐)의 결과물이라 주장합니다. 즉 찌개는 동적이고 찜은 정적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부(否) 측은, 양자는 단지 국물의 양과 조리 시간의 연속선상에 놓인 동일 음식이며, 굳이 분리하는 것은 묵은지에 대한 모독이자 분단의 폐해라고 반박합니다. 일각에서는 "돼지고기의 형태가 결정한다"는 육질 결정론까지 등장하여 논의를 어지럽히고 있는 실정입니다.

본 위원의 견해는 이러합니다. 김치찌개는 국물이 김치를 지배하는 음식이요, 김치찜은 김치가 국물을 흡수하여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음식입니다. 찌개에서 김치는 향을 내는 조연이나, 찜에서 김치는 한 가닥 한 가닥이 결을 유지한 채 젓가락에 들려 올라오는 주연입니다. 또한 찌개의 돼지고기는 잘게 썰리어 국물에 봉사하나, 찜의 돼지고기는 통째로 누워 김치의 호위를 받습니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둘을 동일시하는 것은, 마치 칼국수와 수제비를 같다고 우기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겠습니다.

이에 본 위원은, 첫째 김치찌개와 김치찜은 별개의 음식으로 공식 분류할 것, 둘째 두 음식 사이 "국물 비율 50% 이상은 찌개, 미만은 찜"이라는 잠정 기준을 도입할 것, 셋째 양자의 경계에 위치한 "김치국밥형 찜"에 대해서는 별도 소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결의하여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동료 위원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 갈라쇼의 모든 주제는 농담이며, 투표 결과가 실제 생활에 강제력을 갖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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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댓글LV.VII@장독대지기·찬성3일 전

본 위원은 찌개와 찜의 차이를 단언컨대 '국물의 주권'에 있다고 변론합니다. 찌개는 국물이 모든 것을 호령하나, 찜은 김치가 국물을 흡수하여 자립한 음식입니다. 이 둘을 같다 하는 것은 군주제와 공화제를 동일시하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발의자의 분류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며, 잠정 기준 도입에 찬성표를 던지겠습니다.

LV.VI@냄비파수꾼·반대3일 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 위원의 어머니는 같은 냄비에 김치를 끓이시며 물을 더 부으면 찌개, 졸이면 찜이라 부르셨습니다. 즉 양자는 동일 음식의 시간적 단면일 뿐이며, 이를 별개로 규정하는 것은 가정의 부엌을 분단하는 행위라 사료됩니다. 묵은지 앞에서 우리는 더 겸손해야 합니다.

🏆 베스트 댓글LV.VIII@돼지목살·찬성2일 전

육질의 관점에서 변론합니다. 찌개의 돼지는 잘게 다지어 국물에 봉사하는 노동자이나, 찜의 돼지는 통째로 누워 김치의 비단 이불을 덮고 정좌하는 귀빈입니다. 같은 돼지라 하여 같은 음식일 수 없습니다. 노동자와 귀빈의 동일시는 명백한 범주 오류입니다.

LV.V@묵은지중도파·반대어제

본 위원은 양측의 극단을 우려합니다. 국물 50% 운운하는 기준은 지나치게 기계적이며, 실제 식탁에서는 끓이는 도중 국물이 졸아 찌개가 찜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차라리 '조리자의 의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당하다 사료됩니다.

LV.IX@전라도아짐·찬성2일 전

본 위원의 고향에서는 김치찜을 '묵은지찜'이라 따로 부르며, 잔칫상에만 올리는 별격의 음식으로 대접합니다. 찌개와 동일시하는 것은 지역 문화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며, 본 발의에 강력히 찬성하는 바입니다.

LV.V@자취생갑·반대어제

본 위원은 자취 7년차의 경험으로 변론합니다. 양자의 구분은 부유한 식탁의 사치일 뿐, 한 냄비로 사흘을 버티는 자에게 찌개와 찜은 시간의 함수일 뿐입니다. 첫날은 찌개, 셋째 날은 찜. 동일 음식의 생애주기를 분단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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